판례평석 – 유증 목적물의 특정을 중심으로

법무법인(유한)태승 e상속연구센터
이호인 변호사
(대한변협 가사법 전문 등록 제2017-224호)

※ 판례평석 : 유증 목적물의 특정을 중심으로(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35647 판결)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망인은 보험회사와 2개의 연금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연금보험료를 전부 일시불로 지급하였습니다. 망인이 가입한 연금보험의 약관에는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에는 보험사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망인은 “연금보험금”을 2명의 자녀에게 하나씩 유증한다는 내용과 함께 보험계약 번호를 기재한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였고, 이후 망인은 사망하였습니다.

유증을 받은 망인의 자녀들은 망인이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를 유증한 것이라며 보험회사에게 연금보험의 계약자를 망인에서 자녀들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을 거절하고, 연금보험금만을 지급하였습니다.

이에 망인의 자녀들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계약자 변경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망인이 보험금이 아닌 보험계약 자체를 이전하려고 하였음이 상당하다고 하여 자녀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2심에서는 보험계약 약관상 보험계약자 변경에는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한데, 보험회사의 승낙 없이 유증과 같은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자의 지위가 이전될 수 없다 하여 자녀들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수긍하고 자녀들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속판례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생명보험은 피보험자의 사망, 생존 또는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으로(상법 제730조), 오랜 기간 지속되는 생명보험계약에서는 보험계약자의 사정에 따라 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 데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의 승낙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수는 없다.

보험계약자의 신용도나 채무 이행능력은 계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수 있다(상법 제733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일치하지 않는 타인의 생명보험에 대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상법 제731조 제1항, 제734조 제2항). 따라서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사이의 이해관계나 보험사고 위험의 재평가, 보험계약의 유지 여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에 보험자의 승낙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단독행위로서 유증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데에도 보험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하여 보험료 지급이 문제 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다. 유언집행자가 유증의 내용에 따라 보험자의 승낙을 받아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도 보험자가 승낙하기 전까지는 보험계약자의 지위가 변경되지 않는다.

[2]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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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증 목적물의 특정에 대하여

유증이란 유언자가 유언에 의하여 자기의 재산을 수증자에게 무상으로 주는 단독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유증은 유언자의 단독행위라는 점에서 수증자는 유증의 이익을 받지만, 이는 유증의 목적일뿐 수증자가 유증의 상대방은 아닙니다. 또한, 유증은 재산을 양도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며, 유증자의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는 목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유증은 수증자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양도하는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므로, 유증자의 의도대로 수증자에게 재산이 무사히 이전되기 위하여는 유증자가 양도하고자 하는 재산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이 되어야 합니다. 유증의 목적물이 부동산이라면 그 부동산의 지번, 면적, 지분 등과 같이 부동산을 표시하는 사항들을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하며, 유증의 목적물이 예금계좌라면 금융기관명, 계좌번호 등 계좌정보가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합니다.

유증의 목적물을 일일이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을 특정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나, 이러한 경우 유증 목적물의 범위를 두고 다른 상속인 또는 제3자와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유증 목적물은 각 재산별로 명확하게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상판결도 유증을 받은 망인의 자녀와 보험회사 사이에 유증 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를 두고 다툼이 발생한 사안입니다.

망인은 보험계약번호를 기재하고 그 보험계약의 ‘연금보험금’을 유증한다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하였는데, 망인의 자녀들은 위 유언의 목적물은 보험계약 자체인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유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지위가 아니라 연금보험금이 유증의 목적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연금보험금’과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망인이 남긴 유언의 문구에 ‘연금보험금’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유증의 목적물은 ‘보험계약자의 지위’가 아니라, ‘연금보험금’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보험계약자라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 변경에 있어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하며, 유증과 같은 일방적인 의사표시가 있어도 보험회사의 승낙이 없는 이상 계약자의 지위가 이전될 수 없다는 점도 설시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망인이 자녀들에게 유증하고자 하였던 진정한 목적물은 보험계약 자체 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망인이 남긴 유언장에는 유증의 목적물로 “연금보험금”이라고 기재하여 놓았으므로, 문언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여 망인의 자녀들 주장처럼 유증의 목적물이 보험계약자 지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이며, 이러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타당해 보입니다.

대상판결을 통하여, 유증을 하는 경우 유증자의 사후 유증의 목적물이 무엇인지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증 목적물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특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수원상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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